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아

저자 사이토 사토루

김윤희 옮김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아 中

<자존심을 빼앗긴 그대, 분노하라!>

부모의 과도한 기대 속에서 '넌 안 돼, 틀렸어.' 라는 대접을 받으며 자란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심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속에서 '나는 아직 멀었어, 역시 안 돼' 하는 자기 비하의 목소리가 들리고, 늘 스스로를 비난학 나무란다. 이 정상적인 정신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 아닐까.

그런데도 그것을 아픔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감정이 마비되었다는 증거나.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다. 마비되어 버린 감정을 생생하게 되돌리기 위해서는 분노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도둑질을 하는 소녀가 있었다.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끝난 것 같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부모에 대한 복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은 아픔과 손해에 대한 보상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으리라. '저것도, 이것도 원래 내 것이었어' 라는 심리가 '도둑질' 이라는 행동으로 발산되었던 것이다.

과연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안전하고 행복한 어린시절' 과 '인간으로써의 존엄성' 이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안전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존심을 잃어버린 그녀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렇게 위험한 학교라면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부모가 걱정할까봐 아니 화를 낼까봐 두려워 열심히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정작 노력해야 했던 것은 학교에 가는 일이 아니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그런 수준의 학교라면 차라리 다니지 않는 편이 나았다. 혹시 그런 학교인 줄 알면서도 부모가 억지로 보냈다면, 그 부모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녀처럼 자존심을 완전히 잃은 채 오로지 자기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당신에게서 자존심과 높은 자기평가를 빼앗은 이들에게 분노하라.

그래서 뼈에 사무치도록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라. 

상처입은 당신이 나쁜 것이 아니라 상처를 준 그 누군가가 나쁘다.

상처입은 당신은 치유 받아 마땅하다.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고 꾸짖지 말라.

지금 당신 인생이 부모에게 휘둘려 로봇이 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로봇으로 살아갈 것인가, 자신의 욕망을 찾아 나설 것인가는 당신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로봇으로 있고 싶다면 그대로 머물러도 상관없다. 스스로 박차고 일어설 마음이 생길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좋다. 변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변하면 되니까.

자신이 받은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정당하게 분노할 수 있다면 당신의 진정한 감정이 되살아났다는 증거다. 분노를 분노로 느끼고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느끼고, 기쁨을 기쁨으로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리라.

불륜, 절도, 과식증…. 결코 세상의 기준으로는 칭찬받지 못할 문제 행동도, 자신의 욕망을 찾아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받지 않고 무난하지만 여전히 우울하고 지루한 삶을 살고 싶은가. 설령 문제아가 되더라도 과감히 떨치고 일어나 자신의 감정을 되찾고, 외로움과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있다는 실감과 기쁜을 맛보고 싶지는 않은가.

나는 어떤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축하합니다'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 이다. 그것은 반드시 당신을 성장하게 해 주리라. 고뇌를 떨치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분노를 극복한 당신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향해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테니까.